집행유예 기간 중에 다시 사건에 연루되면, 당사자는 크게 두 가지를 걱정하게 됩니다.
하나는 이미 선고받은 집행유예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지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 사건에서도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지입니다.
실무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편의상 ‘쌍집행유예’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이는 법률 용어가 아니며, 실제로는 제한적인 예외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본 글에서는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이 왜 문제되는지, 실효와 취소는 어떻게 다른지, 재차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재범이 양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순서대로 정리해 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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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 왜 문제되는가
집행유예란 형을 선고하되 일정 기간 그 집행을 유예하고, 유예기간을 특별한 사고 없이 마치면 형 선고의 효력을 잃게 하는 제도입니다(형법 제62조).
문제는 이 유예기간 중에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으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사람이 그 유예기간이 1년쯤 지난 시점에 다시 폭행 사건에 연루되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사람은 새로운 폭행 사건에서 어떤 처벌을 받을지도 걱정해야 하지만, 그보다 앞서 이미 유예받아 집행되지 않고 있던 징역 1년이 이번 일로 인해 실제로 집행될 수도 있다는 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 때는 크게 두 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첫째는 기존 집행유예가 실효되거나 취소되어 유예되었던 형이 실제로 집행될 위험이 있는지이고,
둘째는 새로운 사건에서 다시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지입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문제이지만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함께 검토하지 않으면 방어 전략에 공백이 생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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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행유예의 실효와 취소 — 무엇이 다른가
※ 실효(형법 제63조) 는 집행유예 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이 선고되어 그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발생합니다.
과실범이거나 벌금형·다른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에는 실효 사유가 되지 않으며, 실효는 별도의 법원 결정 없이 법률상 당연히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취소와 다릅니다.
다만 새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기존 집행유예의 유예기간이 이미 지나버렸다면, 형법 제65조에 따라 형 선고의 효력이 먼저 상실되어 실효 규정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취소는 실효와 달리 검사의 청구와 법원의 결정을 거쳐야 합니다.
형법 제64조 제1항의 필요적 취소는 집행유예 선고 당시 결격사유(제62조 단서 사유 등)가 있었음이 사후에 발각된 경우에 이루어지는데, 같은 조 제2항의 임의적 취소는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수강명령 등 준수사항·명령을 위반하고 그 정도가 무거운 때 인정되며, 위반의 반복성과 고의성, 재범위험성, 이행·반성의 정도 등이 함께 고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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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 재차 집행유예의 가능성 — 범행시점과 판결확정시점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의받는 부분은,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범죄를 저지른 사건에서 새로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지입니다.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이 결격사유가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종료·면제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뿐 아니라, 집행유예 기간 중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할 당시 기존 집행유예가 이미 실효·취소된 경우, 또는 실효·취소되지 않았더라도 선고 당시 유예기간이 지나지 않아 형 선고의 효력이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7도768 판결, 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3도13481 판결 참조).
이처럼 결격사유는 기존 집행유예의 효력이 유지되고 있는 여러 상황에 폭넓게 적용되는데, 실제 사건에서 이 결격기간에 해당하는지는 결국 후범의 범행시점과 선행 판결의 확정시점의 선후관계로 가려집니다.
후범이 선행 판결 확정 이후 유예기간 중에 저질러졌다면 결격기간 안의 범죄이므로 원칙적으로 재차 집행유예를 받기 어렵고, 반대로 확정 전에 이미 저질러진 것이라면 결격기간이 시작되기 전의 일이기 때문에 재차 집행유예를 받을 여지가 생깁니다.
이에 관한 구체적인 예외는 아래에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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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쌍집행유예’가 예외적으로 가능한 경우
※ 후범이 전범 판결 확정 전에 저질러진 경우
후범의 범행이 선행 판결 확정 전에 이미 종료되었다면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가 정한 결격기간에 범한 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특히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경우로서, 동시에 재판받았더라면 한꺼번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었다고 여겨지는 경우에 한하여, 별도로 재판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다시 집행유예가 제한되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수개의 범행이 원래대로라면 하나의 사건으로 일괄기소될 수 있었는데 분할기소되어 재판이 나뉘어 진행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4년 1월에 사기 범행을, 같은 해 5월에 횡령 범행을 저질렀는데, 두 사건이 함께 수사·기소되지 못하고 사기 사건만 먼저 재판에 넘겨져 2024년 10월에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후 남은 횡령 사건이 뒤늦게 기소되더라도, 그 횡령 범행은 사기 판결이 확정되기 전인 5월에 이미 저질러진 범행이므로 결격기간에 포함되지 않고, 두 사건이 애초에 함께 재판받았다면 한꺼번에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었던 것과 같은 결과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때 먼저 진행된 사건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어 확정되더라도, 뒤에 진행되는 사건에서 다루는 범행이 그 확정 이전에 이미 저질러진 것이라면, 뒤의 재판에서도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입니다.
대법원은 동시에 재판받았다면 한꺼번에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었던 사안임에도 우연히 사건이 나뉘어 재판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결론이 달라지는 것은 현저히 균형을 잃는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대법원 1989. 9. 12. 선고 87도2365 전원합의체 판결).
※ 재판 당시 이미 전범의 집행유예 기간이 실효·취소 없이 경과한 경우
형법 제65조는 집행유예 선고 후 그 선고가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이 지난 때에는 형의 선고가 효력을 잃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후범이 전범의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해졌더라도, 후범에 대한 형의 선고 당시 전범의 집행유예가 실효 또는 취소되지 않은 채 유예기간이 이미 경과하였다면, 형법 제65조에 따라 전범의 형 선고 효력이 상실됩니다.
이 경우 전범의 집행유예 판결은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의 집행유예 결격사유로 기능하지 않게 되고, 후범에 대해서도 형법 제62조 제1항의 일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입니다(대법원 2007. 2. 8. 선고 2006도6196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987 판결 참조).
실무적으로는 이 때문에 유예기간 중 재범으로 재판을 받는 경우, 항소나 상고를 통해 재판 기간이 늘어나면서 전범의 유예기간이 먼저 지나가는 사례도 있습니다.
다만 이는 사건마다 진행 경과와 시기가 모두 다르므로, 실제로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지는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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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이 양형에 미치는 영향
집행유예 기간 중의 재범은 법원이 선처를 베풀었음에도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불리한 양형사유로 작용합니다.
특히 전범과 후범이 동종이거나 범행이 반복된 경우, 범행 횟수·기간이나 피해 규모가 크거나 범행을 주도적으로 이끈 경우, 범행 후에도 책임을 부인하거나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재범위험성과 비난가능성이 더 높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면 범행에 소극적으로 가담했거나 가담 기간과 역할이 제한적이었던 경우, 범행을 일찍부터 일관되게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한 경우, 피해자와 합의하여 피해가 실질적으로 회복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동종 전과가 없거나 안정적인 직업·주거·가족관계와 구체적인 재범 방지 계획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결국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은 일반적으로 불리한 양형사유이지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그 불이익이 완화될 수 있으므로,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와 그 이후의 정상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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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하며 —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으로 조사나 재판을 앞두고 있다면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형사사건에 연루되었다면 새로운 혐의에 대한 대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존 집행유예 판결의 확정일과 유예기간, 새로운 범행의 발생 시점, 여러 범행이 있는 경우 각각의 범행일을 함께 확인하여 기존 집행유예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여러 범행이 서로 다른 시기에 발생한 경우에는 각 범행이 기존 판결 확정 전의 일인지, 확정 후 집행유예 기간 중의 일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재판이 항소심이나 상고심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기존 집행유예 기간이 먼저 경과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사건의 진행 시기와 절차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사정은 사건마다 다르고, 단순히 재판이 오래 진행된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 사건의 혐의와 양형사유뿐 아니라 기존 판결의 내용, 집행유예 기간, 범행 시점, 피해회복 및 합의 가능성 등을 함께 확인하여 전체적인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률사무소 A&P는 기존 판결문과 현재 사건의 수사·재판 자료를 함께 검토하여 새로운 혐의에 대한 방어와 기존 집행유예에 미칠 영향을 함께 살펴보고, 사건의 시기와 진행 단계에 맞는 대응 방향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거나, 여러 범행이 겹쳐 있어 기존 집행유예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또는 다시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지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관련 자료를 준비하여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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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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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훈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