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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같은 사건에서 유죄와 무죄가 엇갈린 이유

박사훈 대표변호사 조회수 1

형사사건에서 법률과 판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사건의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파악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어떠한 사실을 인정하고, 각각의 사실관계를 어떻게 연결하여 평가하는지에 따라 법률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사건입니다.


해당 사건에서는 제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되었으나, 항소심에서 전부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후 대법원이 항소심의 무죄판결을 파기하였고, 파기환송심에서는 다시 유죄가 인정되었으나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각 심급의 판단이 달라진 이유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


1. 징역 2년에서 무죄로, 다시 유죄로


먼저 해당 사건의 재판 경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재판
사건번호
결과
제1심
대전지방법원 2022고단 1729 등 병합
징역 2년
항소심
대전지방법원 2023노999
전부 무죄
대법원
대법원 2024도10141
파기환송
파기환송심
대전지방법원 2024노4282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00시간


피고인은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한 후, 부동산중개법인 관계자를 자처하는 사람으로부터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았습니다.


초기에는 실제로 부동산 주변의 교통환경과 상권을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이에 대한 수당도 지급받았습니다.


그러나 며칠 후 담당 업무가 현금수거로 변경되었습니다.


피고인은 6명의 피해자로부터 7차례에 걸쳐 총 9,219만 원을 수거하였습니다. 

또한 금융기관이나 금융감독원 명의의 문서를 출력하여 피해자에게 전달하고, 수거한 현금을 다른 사람에게 건네거나 타인의 인적사항을 이용하여 송금하였습니다.


객관적인 행위만을 살펴보면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의 역할을 수행한 것입니다.


다만 피고인은 정상적인 회사 업무로 인식하였을 뿐,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현금수거 행위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2. 항소심은 왜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왜 이를 파기했을까


항소심은 피고인에게 사기 범행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고인이 정상적인 구직사이트를 통해 업무를 시작하였고, 초기에는 실제 부동산 조사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하였습니다. 

또한 동일한 피해자를 반복하여 만났고, 거래명세표와 메신저 기록을 보존하고 있었다는 사정 역시 범죄에 대한 인식이 없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대법원은 채용 과정부터 현금수거 및 송금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나타난 비정상적인 정황에 주목하였습니다.


각 재판부가 동일한 사실관계를 어떻게 평가하였는지, 그리고 실제 형사변론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핵심 비교 —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한 서로 다른 판단


판단 요소
항소심의 무죄 판단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단
변론 과정에서 중요하게 검토할 사항
채용 경위
구직사이트를 통해 연락받고 실제 부동산 조사 업무도 수행하였으므로 회사를 신뢰하였을 가능성면접·근로계약서·신원 확인 없이 거액의 현금을 맡긴 과정이 비정상적이라는 점최초 신뢰관계가 형성된 경위와 업무 변경 이후에도 신뢰를 유지하게 된 이유
현금수거 방식
회사의 지시에 따라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한다고 믿었을 가능성피해자를 만나기 직전에 지시를 받고 타인 명의로 응대한 방식이 이례적이라는 점피해자에게 실제로 전달한 내용과 해당 발언을 지시받은 이유에 대한 피고인의 인식
현금 송금
불법적인 금융거래를 의심하였더라도 사기 범행을 인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음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100만 원씩 분할 송금한 방식이 비정상적이라는 점분할 송금 및 타인 명의 사용에 관하여 전달받은 설명과 이를 받아들인 경위
금융기관 문서
외관상 실제 문서라고 믿었을 가능성문서의 내용과 형식이 조악하고 부동산 조사 업무와 무관하다는 점문서의 제공 주체와 피고인의 내용 확인 여부 및 작성 과정 관여 여부
수당 지급
교통비·식비 등을 고려하면 보수가 지나치게 높지 않음수거한 현금에서 직접 수당을 취득하는 지급방식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점최초 약정한 보수와 실제 지급된 금액·방식의 일치 여부 및 변경 경위
반복 접촉과 기록 보존
동일한 피해자를 다시 만나고 메신저 기록을 보존한 행동은 범죄 인식과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러한 사정만으로 다른 비정상적인 정황들이 해소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기록을 보존한 이유와 반복 방문의 경위가 당시 업무지시 내용과 일치하는지 여부
나이와 사회경험
관련 범죄에 관한 경험이 없었을 가능성 등을 고려당시 47세로 약 17년간 자영업을 한 사회경험 등을 고려단순한 연령이 아닌 실제 직업·금융거래 경험과 범행 당시 인식하고 있던 정보의 


위 표는 대전지방법원 2023노999 판결과 대법원 2024도10141 판결의 판단을 토대로, 필자가 사건기록을 검토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을 추가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대법원이 항소심에서 인정한 개별 사실관계를 모두 부정하였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저는 이 사건에서 특히 채용 과정과 송금 방식에 주목하였습니다.


초기에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사실은 피고인이 상대방을 신뢰하게 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후 변경된 업무까지 모두 정상적이라고 믿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업무가 변경된 시점과 당시 전달받은 설명, 비정상적인 지시를 받았을 때의 반응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송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그 자체로 매우 이례적인 행위에 해당합니다. 다만 피고인이 어떠한 이유로 해당 지시를 받았다고 이해하였는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당시 전달받은 설명을 뒷받침하는 대화내용이 존재하는지, 동일한 지시를 반복적으로 받는 과정에서 범죄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있었는지도 중요한 판단 요소입니다.


이 사건의 항소심과 대법원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연결하고 평가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였습니다.


항소심은 개별 정황에 대하여 다른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한지를 중시하였습니다. 

반면 대법원은 여러 비정상적인 정황이 반복되고 결합되어 나타났다는 점을 중요하게 평가하였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특정 사실을 사전에 유죄 또는 무죄에 유리한 정황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당 사실이 범행 당시 피고인의 인식 상태를 얼마나 정확하게 보여주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3. 비슷한 현금수거 사건에서 무죄가 확정된 이유


그렇다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현금을 수거한 경우에는 대부분 유죄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2024. 7. 31. 선고 2024도9087 판결은 앞선 사건과 비교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는 사례입니다.


해당 사건의 피고인은 범행 당시 만 18세였습니다.


피고인은 구직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에 지원하였다가 재무설계 회사의 사무보조 업무를 제안받았고, 이후 피해자 4명으로부터 7차례에 걸쳐 총 1억 450만 원을 수거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업무지시를 받았으며, 수거한 현금을 100만 원씩 나누어 무통장입금하였습니다.


제1심은 유죄를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은 무죄로 판단하였고, 대법원 역시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하였습니다.


항소심은 피고인의 나이와 사회경험, 채용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습니다.

피고인은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 외에 별다른 사회경험이 없었습니다.


또한 재무설계 회사 관계자로부터 고객의 돈을 전달받는 업무라는 설명을 들었고, 분할 송금에 대해서도 세금 문제 때문이라는 설명을 전달받았습니다.

텔레그램 기록을 삭제하지 않았으며, 장거리 이동 등을 고려할 때 일당 13만 원 역시 지나치게 높은 보수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피고인이 피해자들이 누군가에게 기망당하여 돈을 전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였습니다.


법원은 업무의 일부가 불법적이라고 의심하였을 가능성만으로 사기 범행에 대한 고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앞서 살펴본 사건과 유사한 정황이 존재하였음에도 최종적인 판단은 달랐습니다.


물론 이러한 결과가 47세의 피고인에게는 유죄가 인정되고, 18세의 피고인에게는 무죄가 인정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나이와 사회경험은 고의 판단에 고려되는 여러 요소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두 사건을 비교하면 동일하게 현금을 수거하고 분할 송금하는 행위를 하였더라도, 그 경위와 피고인의 인식에 관한 증거에 따라 법률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사한 사건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사건에서도 무죄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해당 판결에서 고의를 부정하는 근거로 작용한 사실관계가 자신의 사건에도 존재하는지, 나아가 이를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할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4. ‘의심할 수 있었다’는 것과 ‘실제로 인식했다’는 것은 다릅니다


두 판결을 살펴보면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미필적 고의의 판단 기준입니다.


미필적 고의는 범죄를 의심할 수 있었다거나 조금만 주의하였다면 알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실제로 인식하고, 그 위험을 용인하는 의사가 존재해야 합니다.


물론 사람의 내심을 직접 확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법원이 외부에 드러난 행동과 여러 간접적인 정황을 종합하여 고의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대법원 2024도10141 판결 역시 공모나 고의를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진술이 없더라도 관련된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아울러 정상적인 경험칙에 따라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다만 이러한 판단 과정에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사건 발생 이후 전체 사실관계를 파악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피고인의 행동이 명백히 의심스러운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범행 당시 피고인이 사후적으로 확인된 모든 정보를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피고인이 어떠한 설명을 전달받았는지, 해당 설명을 신뢰할 만한 이유가 있었는지, 어느 시점부터 범죄 가능성을 의심하게 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초기에는 정상적인 업무라고 믿었으나 이후 범죄 가능성을 인식하게 된 경우라면, 인식의 변화가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전과 이후의 행위를 구분하여 검토할 필요도 있습니다.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여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체 구조나 구체적인 기망방법까지 모두 인식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공범들과 범죄를 공동으로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이 인정된다면 순차적·암묵적 공모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였다면, 객관적으로 범행의 일부를 수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공동정범의 책임을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 2024도10141 판결을 분석한 오채은·이세환의 2026년 논문에서도 이와 관련된 문제를 지적하였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여러 정황이 실제 범죄에 대한 인식과 용인을 증명하는 것인지, 아니면 범죄를 인식할 수 있었던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그치는 것인지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이러한 구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이스피싱은 중대한 범죄이며, 이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범죄의 중대성을 이유로 개별 피고인의 고의에 대한 증명 정도까지 완화할 수는 없습니다.


형사재판에서 고의의 존재 역시 검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합니다.


5. 저희가 수행한 사건 — 징역 5년 구형, 1심과 항소심 모두 무죄


저희 법률사무소 A&P(에이앤피)가 수행한 사건 중에도 사실관계 분석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의뢰인은 사업체를 운영하던 중 자금난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거래실적을 쌓으면 대출이 가능하다는 제안을 받았고, 해당 설명을 신뢰하여 자신의 계좌로 입금된 돈을 환전한 후 전달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자금은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된 자금이었습니다.


의뢰인은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되었고, 검찰은 징역 5년을 구형하였습니다.

제가 이 사건을 수임하였을 당시에는 이미 다른 변호인을 통해 재판이 상당 부분 진행되어 선고만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건기록을 다시 검토하는 과정에서 의뢰인이 실제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인식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저희는 의뢰인이 자금을 환전하고 전달하였다는 객관적인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해당 행위를 하게 된 경위와 당시 의뢰인이 인식하고 있었던 사실관계에 집중하였습니다.


상대방으로부터 어떠한 설명을 들었는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믿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입금된 자금의 성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통화녹취와 메신저 대화내용, 금융거래내역을 분석하고, 자금의 이동 과정과 의뢰인의 행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하였습니다.

또한 범죄조직과 직접 접촉한 정황이나 범행의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한 정황이 존재하는지도 확인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반드시 구별해야 할 법률적 쟁점이 있었습니다.


거래실적을 인위적으로 형성하여 대출을 받으려 하였다는 사실과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전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였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허위 거래실적을 형성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다른 법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대한 고의까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는 사실관계를 재정리한 후 변론재개를 신청하고 무죄를 주장하였습니다.

검사가 고의의 근거로 제시한 각 정황이 실제로 어떠한 사실을 증명하는지, 의뢰인의 설명과 객관적인 기록 사이에 모순되는 부분은 없는지를 집중적으로 검토하였습니다.


그 결과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한 사건에서 제1심 무죄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습니다.

항소심에서도 검사가 제시한 정황들로부터 의뢰인의 실제 범죄 인식과 용인을 추론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저와 와 양희준 변호사가 함께 사건을 수행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은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무죄판결이 그대로 유지·확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소개하는 이유는 단순히 무죄라는 결과를 강조하기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의뢰인의 계좌가 범죄자금의 이동에 이용되었고, 실제로 자금을 환전하여 전달한 사실도 존재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객관적인 행위만으로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대한 고의가 증명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희가 중점적으로 검토한 부분은 해당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의뢰인이 당시 인식하고 있었던 사실관계였습니다.

이미 재판이 상당 부분 진행된 사건이었지만, 기록을 다시 분석하고 그에 따라 변론의 방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 [A&P 성공사례] 보이스피싱 징역 5년 구형, 1심 무죄 및 항소심 검사 항소기각 (클릭)


6. 모든 사건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저희가 수행한 다른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도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대응 방향은 각기 달랐습니다.


수억 원을 전달하거나 이체한 혐의로 전국에서 6건의 수사를 받던 의뢰인의 사건에서는 약 2년에 걸쳐 자금의 이동 경위와 범죄 인식 여부를 다투었고, 그 결과 모든 사건에서 불송치 결정을 받았습니다.


실제로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였음에도 범죄조직의 지시에 따라 현금을 인출하고 전달하면서 피의자로 조사를 받게 된 사건도 있었습니다. 

해당 사건에서는 수사기관 사칭과 허위 공문서, 반복적인 심리적 압박 등 사건의 전후 과정을 분석하였고, 그 결과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반면 채권추심 아르바이트로 알고 업무를 시작하였다가 범죄 가능성을 인식하게 된 대학생의 사건에서는 자수와 피해회복, 피해자들과의 합의를 중심으로 대응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범죄를 인식하지 못하였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가 존재한다면 무죄를 적극적으로 다툴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객관적인 증거에 비추어 고의를 부인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면 범행 가담 정도와 책임의 범위, 양형사유를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보이스피싱 사건은 형사처벌만으로 종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집행유예가 선고되더라도 피해자들로부터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은 각각 성립요건이 다르지만,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는 이후 민사분쟁에서도 중요한 판단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제가 이전 기고문에서 지적하였던 이른바 ‘양형으로의 후퇴’라는 문제의식도 여기에 있습니다.


고의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은 사건임에도 처음부터 유죄를 전제로 집행유예나 감형만을 목표로 변론을 진행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이는 모든 사건에서 무죄를 주장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객관적인 증거를 토대로 적절한 변론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7. 사실관계 분석이 변론의 출발점입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에 관한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많은 의뢰인들이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였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그러한 설명이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범죄를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주장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무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최초 연락을 받은 시점과 경위, 상대방으로부터 전달받은 설명, 상대방을 신뢰하게 된 이유,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정황을 인식한 사실이 있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그러한 설명이 통화녹취, 메신저 대화내용, 금융거래내역, 이동경로 등 객관적인 기록과 일치하는지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실관계 역시 검토 대상에서 제외해서는 안 됩니다.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여 송금하였다면 어떠한 이유로 해당 지시에 따랐는지, 금융기관 명의의 문서를 전달하였다면 그 문서를 무엇이라고 인식하였는지,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존재하였다면 어느 시점부터 그러한 의심을 하게 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처럼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정리한 이후에야 무죄를 다툴 수 있는 사건인지, 책임의 범위나 양형을 중심으로 대응해야 하는 사건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저는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확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불리한 사실관계까지 정확하게 확인하고, 각각의 사실이 법률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분석해야 합니다. 의뢰인의 설명과 객관적인 기록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 이유 역시 검토해야 합니다.


원하는 결론에 맞추어 사실관계를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사실에 근거하여 정당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일한 사건에서 유죄와 무죄 판단이 엇갈린 판결들, 유사한 현금수거 업무를 수행하였으나 무죄가 확정된 다른 사건, 그리고 저희가 직접 수행한 무죄사건을 검토하면서 이러한 원칙의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미 사건기록에 존재하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중요한 증거가 존재하더라도 그 법률적 의미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형사변론의 출발점은 결국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A&P

박사훈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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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참고판례

* 대전지방법원 2023. 3. 24. 선고 2022고단1729 등 병합 판결

* 대전지방법원 2024. 6. 12. 선고 2023노999 판결

*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 대전지방법원 2025. 4. 3. 선고 2024노4282 판결

* 대법원 2024. 7. 31. 선고 2024도9087 판결


참고자료

* 대법원 2024도10141 판결 원문 — 국가법령정보센터

* 오채은·이세환,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의 미필적 고의 인정 기준과 그 한계」, 『경희법학』 제61권 제2호(2026)

* A&P 보이스피싱 단계별 대응 가이드

* A&P 징역 5년 구형 사건 무죄 성공사례


※ 본 글은 공개된 판례와 법률사무소 A&P의 실제 수행사례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각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법률적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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