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는 단순히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빌라, 다세대주택,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반복된 전세사기에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가 깊이 얽혀 있었다.
■ 보증제도는 어떻게 전세사기의 신뢰 장치가 되었나
본래 보증제도는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일부 전세사기 구조에서는 이 보증제도 자체가 계약을 유도하는 신뢰 장치로 이용되었다.
시세 확인이 어려운 주택의 보증금을 높게 설정하고, 임차인에게 이사지원비나 현금지원 명목의 돈을 지급한 뒤,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위험을 체감하기 어렵다. 보증금이 다소 높아 보여도 전세보증금은 결국 돌려받을 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여기에 수백만 원의 지원금이 지급되고,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다는 설명까지 더해지면 계약을 거절하기 어렵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더라도 보증기관에서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질은 위험한 거래였다. 실제 시세보다 높은 보증금, 부실한 임대인, 브로커 구조, 보증보험이 결합되었다.
새 임차인이 지급한 보증금은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에 사용되고, 기존 임대인과 브로커, 명의상 임대인은 각자의 이익을 얻었다.
이후 보증사고가 발생하면 임차인은 HUG에 보증이행을 청구하고, HUG는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한 뒤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명의상 임대인이 이미 신용불량 상태이거나 별다른 재산이 없다면 회수는 어렵다. 결국 마지막 손실은 공적 보증제도의 부담으로 남는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증제도가 결과적으로 사기 구조의 위험을 떠안는 방식으로 작동한 셈이다.
여기서 한 가지 역설이 생긴다.
사기 구조에 관여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임차인이 HUG로부터 보증금을 제대로 받아야 오히려 문제가 커지지 않는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받지 못하면 임대인, 브로커, 중개 관계자들을 상대로 형사고소나 민사소송을 검토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전체 거래 구조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사건에서는 브로커나 관련자들이 임차인에게 해지통보, 임차권등기명령, 보증이행 청구 절차까지 안내하는 경우도 있었다.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임차인이 HUG로부터 보증금을 받아야 자신들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회수하면 당장은 불만이 줄고, 사기 구조에 관여한 사람들에 대한 문제 제기도 늦어진다.
그러나 임차인이 그 절차를 제대로 밟지 못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해지통보 시기를 놓치거나, 임차권등기명령을 늦게 하거나, 보증이행 청구 과정에서 필요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보증금 반환이 막힐 수 있다.
그제야 사건이 표면으로 올라온다. 임차인은 보증보험이 된다는 말을 믿고 계약했지만, 정작 보증금 반환이 막히자 임대인과 브로커, 중개 관계자들의 설명과 역할을 다시 문제 삼게 된다. 숨어 있던 구조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물론 이러한 구조에 들어간 임차인을 모두 공범처럼 볼 수는 없다.
대부분의 임차인은 지원금을 받고, 보증보험에 가입된다는 설명을 믿고 계약했을 뿐이다. 문제는 그 신뢰가 사기 구조의 일부로 이용되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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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6% 룰은 필요했지만, 현장은 더 복잡했다
이런 구조가 반복되자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생겼다. 이른바 126% 룰은 그 흐름 속에서 등장했다.
공시가격의 140%를 주택가격 산정 기준으로 보고, 여기에 전세가율 90%를 적용해 보증 가능 범위를 제한하는 구조다.
쉽게 말하면 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를 넘으면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 어려워지는 방향으로 기준이 강화된 것이다.
취지는 분명했다. 전세가율이 과도하게 높은 주택, 이른바 깡통전세에 가까운 주택까지 보증보험이 가능했던 구조를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보증제도가 전세사기 구조의 신뢰 장치로 악용되었다면, 보증 가입 기준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했다.
공적 보증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지, 누군가의 사기 구조를 뒷받침하는 장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 [A&P 언론보도] 공적보증이라는 이름의 무게|제도 신뢰는 어떻게 유지되어야 하는가 (클릭)
다만 현장은 제도보다 복잡했다.
상당수 임차인은 전세보증금의 상당 부분을 전세대출로 마련한다.
특히 HUG 안심전세대출 구조에서는 전세자금대출특약보증과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 결합되어 있다.
따라서 보증보험 기준의 문제는 보증보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보증요건은 대출 실행과 연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존 보증금이 강화된 기준을 넘는 경우, 임차인은 보증보험뿐 아니라 전세대출 연장에서도 막힐 수 있었다.
대출 연장이 되지 않으면 단순히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운 수준을 넘어, 대출 만기와 상환 문제까지 동시에 맞닥뜨리게 된다.
결국 기존 계약을 유지하려면 보증금을 낮춘 계약서가 필요해지는 경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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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G 감액계약 분쟁은 왜 발생했나
여기서 HUG 감액계약 분쟁이 등장한다.
▶ [A&P 법률가이드] HUG 보증금 반환소송|보증이행 거절·감액계약·약관 쟁점 보기 (클릭)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보증·대출 심사기준이 강화되자, 기존 보증금 그대로는 전세대출 연장이나 보증보험 가입·갱신이 어려운 경우가 생겼다.
그 과정에서 재계약을 유지하기 위한 감액계약이 작성되었고, 이후 그 감액이 실제 감액인지, 대출과 보증 요건을 맞추기 위한 형식적 기재인지가 분쟁의 핵심 쟁점이 되었다.
예를 들어 기존 보증금이 2억 1천만 원인데, 대출과 보증 요건을 맞추기 위해 계약서상 보증금을 2억 500만 원으로 낮춰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임대인이 실제로 500만 원을 반환했다면 계약서상 감액과 돈의 흐름이 일치하므로 감액계약의 실질은 비교적 분명하다.
반대로 임대인이 자금이 없어 감액분을 반환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서상 보증금만 낮춘 경우라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임차인과 임대인은 기존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작성한 계약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보증기관이나 금융기관은 이를 실제 감액이 아니라 대출·보증 요건을 맞추기 위한 형식적 감액계약으로 볼 수 있다.
감액계약도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감액분이 반환되어 보증금이 줄어든 경우가 있고, 감액 합의는 있었지만 임대인의 자금 사정 때문에 차액 반환이 이행되지 못한 경우가 있다.
또 애초에 실제 감액 의사 없이 기존 보증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서류상으로만 보증금을 낮춘 경우도 있다.
이 세 경우는 구별해서 보아야 한다.
▶ [A&P 성공사례] 허그(HUG) 전세보증금 반환 거절, 감액계약도 보증 가능할까요? (클릭)
특히 감액 합의는 있었지만 임대인이 차액을 반환하지 못한 사안이라면, 임차인이 곧바로 보증기관을 속이기 위해 허위계약을 작성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감액 합의가 실제로 있었고, 임대인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감액 의사 없이 대출이나 보증보험 요건을 맞추기 위해 서류상으로만 보증금을 낮춘 경우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보증기관이나 금융기관이 이를 실제 감액이 아니라 형식적 기재로 보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그 경우에도 모든 사안을 곧바로 사기나 허위계약으로만 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감액계약이 등장한 배경에는 전세사기 이후 강화된 보증·대출 기준이 있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기존 주택에 계속 거주하고 대출을 연장하기 위해 금융기관이나 보증기관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려 했을 뿐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감액분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감액계약서를 작성했다면, 그 계약서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더 신중히 확인했어야 한다는 평가는 가능하다.
그러나 부주의와 사기 또는 허위의 인식은 다르다. 임차인이 대출 연장이나 보증요건을 맞추기 위한 절차로 이해했을 뿐이라면, 곧바로 보증기관을 속이려 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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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액계약 분쟁
감액계약은 증액계약과도 성격이 다르다. 보증금을 실제보다 높게 기재하면 보증기관이 부담할 위험은 커진다.
반면 보증금을 낮춰 기재하면 외형상 보증기관이 부담하는 위험은 줄어든다.
예컨대 보증금이 2억 1천만 원에서 2억 500만 원으로 감액되었다면, 보증기관이 부담하는 위험은 500만 원 줄어든다. 그 500만 원을 실제로 돌려받지 못했다면, 그 위험은 보증기관이 아니라 임차인에게 남는다.
따라서 감액계약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보증금 전액 지급을 배척하는 방식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감액계약서의 존재 자체가 아니다. 그 감액이 어떤 경위에서 이루어졌는지, 실제 돈의 흐름은 어떠했는지, 보증기관의 위험이 실제로 증가했는지, 임차인이 어떤 인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는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 [A&P 언론보도] 법원 “감액 기재만으로 허위계약 단정 어려워”… HUG 보증책임 인정 (클릭)
문제는 기준 강화 자체가 아니라, 그 기준이 기존 계약관계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각지대다.
보증제도가 전세사기의 신뢰 장치로 악용되었다면 그 통로는 차단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변화 과정에서 기존 계약을 유지하려던 임차인이 감액계약이라는 형식으로 내몰린 측면은 없었는지도 살펴야 한다.
감액계약 분쟁의 본질은 임차인이 거짓말을 했는지 여부만이 아니다.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만든 기준이 기존 임차인의 대출 연장과 보증이행을 어떻게 흔들었는지까지 함께 보아야 한다.
전세사기를 막는 제도는 엄격해야 한다. 그러나 그 엄격함이 현장의 맥락을 지워서는 안 된다. 숫자는 필요하다. 그러나 숫자만으로는 이 분쟁을 다 설명할 수 없다.
법률사무소 에이앤피(A&P)
박사훈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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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에이앤피(A&P)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HUG 보증이행, 전세사기 관련 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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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법률사무소 에이앤피(A&P) 박사훈 대표변호사가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및 감액계약 관련 사건을 수행하며 정리한 내용입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개별 사정에 따라 법적 판단 및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