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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의뢰인과 직원|모두를 존중하는 사무실이 되기를

박사훈 대표변호사 2026-11-03 조회수 9

우리 사무실에는 ‘상담실장’이나 ‘사무장’이라는 직책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건에 관한 법률상담과 판단은 오직 변호사가 담당합니다.


다만 상담 예약을 위한 전화, 이미 수임한 사건의 인지대 납부 안내, 세금계산서나 현금영수증 발행 등 사건의 법리나 진행 상황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행정 업무는 비서팀과 송무팀 직원분들이 담당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간혹 안타까운 상황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변호사에게 대하는 태도와 직원분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전혀 다른 분들이 있습니다. 

변호사에게는 한없이 공손하면서도 직원분들에게는 다짜고짜 반말부터 시작하거나, 마치 ‘내가 돈을 냈으니 너희는 무조건 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분들입니다.


물론 직원분들도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수할 수 있습니다.

직원분들의 잘못으로 의뢰인께 불편을 드렸다면 대표인 제가 직접 사과드리고 바로잡는 것이 마땅합니다. 

의뢰인께서 잘못을 지적하거나 개선을 요구하시는 것 역시 당연한 권리입니다.


다만 정당한 문제 제기와 상대방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반복적인 모욕이나 인격에 대한 공격, 고성과 협박처럼 상대의 존엄을 침해하는 행동은 어떤 불만이 있었더라도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민사든 형사든 가사든,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사건의 당사자가 되었다는 것은 대개 평온했던 일상이 흔들렸다는 뜻입니다. 

경제적 부담도 있을 것이고, 불안과 분노, 억울함과 두려움 등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을 것입니다. 평소보다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서 직원분들에게도 늘 이야기합니다. 우리 사무실을 찾는 분들은 대부분 힘든 일을 겪고 계신 분들이니, 최대한 헤아리고 친절하게 대해 드리자고요.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사정이 모든 무례함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변호사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고, 직원분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변호사에게, 그중에서도 대표인 저에게는 한없이 공손하면서 직원분들에게는 함부로 대하는 태도라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알지 못한 채 지나가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제가 알게 된 이상, 그러한 태도가 반복된다면 새로운 사건의 수임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수임한 사건이라면 먼저 직원분들께 사과와 태도의 개선을 요청하되, 의뢰인의 권익과 사건 진행에 미칠 영향, 필요한 절차와 책임을 충분히 검토한 뒤 신중하게 대응하겠습니다.


우리 직원분들이 누군가의 무례함을 감수하는 대가로 급여를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는 의뢰인께만 해당하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변호사 채용 면접에서도 비슷한 기준으로 생각합니다. 지원자가 면접장에서 저에게 얼마나 공손하게 인사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담당 직원분들과 어떻게 소통했는지를 눈여겨봅니다.


면접 일정을 조율하며 주고받는 문자 한 통, 전화를 받는 태도, 문의에 답하는 방식에서도 그분의 평소 태도가 어느 정도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일정 변경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면, 앞으로 함께 일할 때에도 비슷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게 됩니다.


면접장에서 저에게는 더없이 공손했지만 담당 직원에게는 무례했던 지원자라면,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추었더라도 함께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에게 면접은 면접장에 들어서는 순간이 아니라, 담당 직원과 주고받는 첫 문자와 통화에서부터 이미 시작됩니다.

결국 사람의 인격은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을 얼마나 잘 대하는지가 아니라, 당장 자신에게 별다른 도움을 줄 것 같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예의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상대의 지위에 따라 예의를 달리하는 사람을 어찌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의뢰인과 변호사는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동안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야 하는 파트너입니다.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때로는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일수록 서로에 대한 신뢰가 중요합니다.


물론 의뢰인은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고, 변호사는 그에 상응하는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 관계가 단지 돈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어려움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일처럼 고민해야 하듯, 의뢰인 역시 자신의 사건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는 신뢰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저 자신도 돌아보게 됩니다. 

저는 우리 직원분들을, 그리고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그들의 지위나 저에게 돌아올 이익과 관계없이 충분히 존중하고 있는가.


저 역시 언제나 잘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 저에게 잘해 주는 사람에게 잘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저에게 잘 보일 이유가 없는 사람에게도 예의를 지키는 것. 저는 그것이 그 사람의 인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때로 사건을 수임하지 않을 용기도 필요합니다.


맡고 싶지 않은 사건을 맡지 않을 수 있는 자유.


사실 그것은 제가 개업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건을 수임할 것인지, 누구와 함께 일할 것인지, 어떤 원칙을 지키며 사무실을 운영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개업을 했다고 해서 모든 사건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맡은 사건에 대해서는 변호사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며, 때로는 불편하고 어려운 상황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더 많은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을 포기하거나, 직원분들이 부당한 대우를 감내하도록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원칙을 지키며 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 사무실을 믿고 사건을 맡겨 주신 의뢰인분들께 더욱 감사한 마음을 갖습니다.


저를 비롯한 우리 사무실의 변호사와 직원분들을 믿고 언제나 예의 있게 대해 주시는 의뢰인분들.

그분들이 보내 주시는 믿음과 존중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기에, 그에 걸맞은 책임과 노력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모든 사건을 맡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맡기로 한 사건만큼은 끝까지 책임지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개업을 통해 얻고 싶었던 자유의 의미이자, 앞으로도 지키고 싶은 원칙입니다.


법률사무소 A&P

대표변호사 박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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