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사건에서 전달책, 인출책, 송금책 등 이른바 하위가담자로 연루되는 경우, 형사적으로는 사기 또는 사기방조, 범죄단체가입·활동,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초범이라 하더라도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 역시 적지 않습니다.
다만 실무에서 더 중요하게 보아야 할 부분은, 형사처벌 이후에도 민사상 책임이 그대로 남는다는 점입니다.
보이스피싱으로 금전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통상 민법 제760조에 따른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됩니다.
해당 규정은 수인이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고, 교사자와 방조자 역시 공동행위자로 봅니다.
결국 주범이든, 전달책이든, 인출책이든, 송금책이든, 계좌를 제공한 자금세탁책이든 공동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상, 피해자는 그 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 B, C와 같은 주범이 존재하고, 여기에 하위가담자 D가 포함된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D가 실형을 피하기 위해 양형 위주의 대응을 하였고,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다 하더라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A, B, C뿐 아니라 D에게도 손해 전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점은 ‘대외적 책임은 연대’라는 것입니다. 피해자는 그중 누구에게든 전액을 청구할 수 있고, 이후 가담자들 사이의 내부적인 책임 분담은 구상권 문제로 남게 됩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는 이 점이 특히 문제로 작용합니다.
주범들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있거나 신원 특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신원이 명확히 확인된 하위가담자를 상대로 먼저 책임을 묻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사한 구조는 전세사기 사건에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주범이 실질적으로 자력이 없는 경우, 함께 연루된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에게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는 사례가 반복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현실에서는 단순히 일당 또는 수수료 명목으로 수십만 원 내지 100만 원 남짓을 받은 하위가담자라 하더라도, 피해금이 수억 원에 이르는 경우 그 전액에 대한 책임을 먼저 부담하게 되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물론 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은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객관적 관련공동성, 상당인과관계 등을 기준으로 책임 범위가 판단되어야 하고, 특히 방조책임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책임 자체를 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민사소송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호사 비용 등 추가적인 부담까지 더해집니다.
이 제도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것으로 그 필요성 자체는 분명합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주범이 아닌 하위가담자가 사실상 대부분의 책임을 떠안는 구조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주범은 사라지고, 피해자와 하위가담자 사이에서 민·형사 책임이 집중되는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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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단순히 형사에서 실형을 피하는 것만을 목표로 양형 주장에 집중하는 대응은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고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투지 않은 채 양형 위주로 대응할 경우, 형사에서는 일정 부분 유리한 결과를 얻더라도 민사상 책임에서는 그대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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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실무상 자주 접하는 오해 중 하나가 “최악의 경우 회생이나 파산을 하면 된다”는 인식입니다.
그러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원칙적으로 면책 대상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물론 무죄 주장이 언제나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며, 사안에 따라서는 오히려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평가될 위험도 있습니다.
결국 어떤 전략을 선택할 것인지는, 형사처벌뿐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 회생·파산까지 이어지는 전체 구조를 함께 고려한 상태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핵심은 결국 사실관계입니다.
실제로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어디까지 인식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내용을 객관적인 자료와 정황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지가 사건의 방향을 결정짓습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은 단순히 ‘가담 여부’만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인식과 구조, 그리고 그에 대한 입증으로 결론이 달라지는 영역입니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미 사건이 진행된 경우라면, 단순히 처벌을 줄이는 것을 넘어 과도한 책임까지 떠안지 않도록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보이스피싱 하위가담 사건은 형사와 민사가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구조로 연결된 문제입니다.
따라서 수사 초기 단계부터 전체 책임 구조를 함께 검토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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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법률사무소 A&P 박사훈 대표변호사가 실제 사건을 수행하며 경험한 과정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사건의 개별 사정에 따라 법적 판단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